안녕하세요. 미국 변호사 장수훈입니다.
이번 학기도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시험도 벌써 절반 이상을 쳤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반복하는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깊고 넓게 배우다 보니, 여전히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Dean's fellow를 하면서, 여기 로스쿨로 유학 온 학생들, 특히 LLM학생들을 케어해야 했었고, Law society 활동을 하면서, 현지인 학생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법대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본의 아니게, 이런 저런 학교 사정, 학우들간 관계도 엿듣게 되었네요.
제 블로그에 LLM으로 검색되어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서, 제가 보았던 LLM학생들과 나눴던 이야기를 좀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파키스탄에서 온 남학생이 기억에 남네요. 파키스탄에서 일하다가, 근무 환경이 좋지 않아, 여기서 LLM을 마치고, 취업을 할 계획을 갖고 왔던 친구로 기억을 합니다. 토플 성적은 100점을 넘겨서, 여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을 할필요가 없었고, 곧장 수업을 들어 왔었습니다. 제 예상대로, JD학생들이 따로 말을 붙여주지 않았고, 이친구는 옆에 친구들과 친해져보려고, 말도 걸고, 수업 내용 궁금한 것도 질문을 했었는데, 옆 친구들이 그닥 친절히 답변을 해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5명 정도 되는 강의실에서, 그 친구를 봤었고, 80명 정도 되는 강의에서 이 친구를 봤었는데요. 교수님께서 옆에 학우랑 토의를 해보라고 할 때, 이 친구는 옆에 친구랑 토의를 하지 않는? 아니면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습니다. 영어가 자연스럽지 못하거나, 아주 똑똑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면, 현지인이 외국인에게 굳이 말을 걸어야 하는 이유를 못 찾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Dean's fellow인 제가, 몇주 지켜보다가, 저러다가 저친구 학교 그만두겠다 싶어서, 말을 걸었고, 공부도 도와줬습니다. 사실, 법을 공부할 정도면 똑똑한 사람은 맞는데, 그 똑똑함이 언어로 드러나야 하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은 만나서, 그 친구 말 들어주고, 공부를 도와줬었습니다. 매번 저한테 토로 했던 것은, 애들이 자신을 장애인 취급하는 것 같다. 말을 안걸어준다. 내가 말을 걸어도, 답변을 굳이 해주지 않는다. 공부량이 너무 많다. 였습니다. 이미 제가 경험했던 것이고, 겪었던 것이라. 일단 참고, 시간 지나면 된다. 그리고 정말 좋은 친구들이 한두명은 등장한다. 그 좋은 친구를 알게 되면, 너랑 같이 공부도 할 수 있고, 개인적인 일도 공유할 수 있다고 조언을 해줬습니다. 사실, 조언을 해주긴 했는데, 그런 좋은 친구를 만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일단 참아라 라고 조언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1달 뒤에, 학교 그만두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공들여 케어 했었는데, 너무 외로워서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돌아가기 전에, 자기 친구가 보스톤에 있는데, 거기로 편입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다른 한분은 중국에서 온 여자 분이였고, LLM을 시작하신 분이셨습니다. 이 분은 남편 따라서 미국에 온 케이스였고, 이미 자녀도 2명 정도 있었기 때문에, 사실 학교 일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공부에 어려움이 있을 거 같아서, 수업이 겹치는 게 있으면, 제가 정리한 노트를 메일로 보내주고, 조별 과제 있으면, 제가 챙겨서, 토론 할 수 있도록 이끌었는데요. 도중에 출산하러 들어가시는 바람에, 학교를 도중에 그만뒀습니다.
이분이 했던 말 중에 하나가, 저보고 어느 학교 출신이냐고 물어서, 서울대 출신이라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그런데, 왜 서울대 출신이 왜 여기 캔자스에 있냐고, 하버드나 스탠포드, 예일대학교 가야하는거 아니냐고 물어 봤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혹시 LSAT쳐본적 있냐고 물어봤었는데, JD로 올거 아니니깐 안쳤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분에게 그럼 한번 LSAT쳐보라고, 여기 학교 오는 것도 힘들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LLM으로 좋은 학교 가는것은 좀 수월하긴 한데, JD로 좋은 학교 가려면, 어릴 적부터 영어어 노출이 되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많이 어렵다는 것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백수인 서울대 출신을 보면 이친구는 뭐라고 이야기할지 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이 친구에게 어느 학교 출신인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별로 궁금해하지도 않았고, 물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서 그랬었습니다. 제가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JD로 와서, 굳이 무의미한 학력 논쟁을 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가 공들여 케어했던 외국인 모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러니한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다음학기라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여기 로스쿨은 현지인이 대부분이고, 외국인 자체가 별로 없다보니, 외국인으로 좀 힘든 부분을 느낄 수 밖에 없긴 합니다. 영어가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면, 조를 짤때 힘이 듭니다. 그리고, 1시간짜리, 실제 체포 영상을 보고, 글을 써야 하는데, 파트너가 도움을 주지 않으면 너무 힘이 듭니다. 수업 시간에, 옆 사람이랑 토의하라고 하는데, 그 옆사람이 제 의견을 무시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생각해보면, 굴욕적인 일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예를들어, 토의 할 때, 저랑 이야기하다가, 바로 옆에 학생한테 오히려 말을 거는 것이라든지. 성격 별로인 학우를 만나서, 저랑 토의하다가, 난 너랑 이야기하는것이 수업료에 포함되는게 짜증난다든지. 이런 저런 경우가 첫해에는 있었습니다. 그래도 1L성적은 30%안에 들어갔었는데도, 이런 저런 굴욕적인 일들을 겪었습니다. 이런 환경을 직접 맞이해야하는 LLM학생들은 좀 많이 힘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처럼 대우한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저도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근데, 시간이 지나고, 영어도 늘고, 제 분석 능력, 지식을 상대도 알게 된다면, 더 이상 만만하게 보진 않습니다. 확실히 매번, 수업 듣고, 발표하고, 글 쓰고 하면 영어가 늘긴 합니다. 물론, 생활 영어는 늘진 않지만, 전문적인 설명은 예를 들어 Evidence 수업에서 매시간 퀴즈를 보는데, 정답률이 95%를 넘어가는 것을 옆 학우가 알고 난 이후엔, 토의할 때, 제 설명을 듣고, 그것을 그대로 받아 들입니다. 학급 평균 정답률이 75%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치인 것은 맞습니다. 계약서 작성 수업에서 팀원이랑 같이 계약서를 써야 하는데, 제가 깔끔하게 써서 먼저 주면, 그 결과물을 보고, 더이상 무시 안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매번 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게 매우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1학년이 120명 밖에 안되는 작은 로스쿨이다보니, 저와 다른 사람의 장벽을 허무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지 않는가 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제가 처음 여기 로스쿨 왔었을 떄, 이라크 변호사 출신 LLM 학생이 있었는데, 별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 스스로가 이라크게 관심도 없었고, LLM도 아니었고, 같은 Small section도 아니라서 이야기할 유인이 전혀 없었죠. 이 친구를 떠올려보면, 운동을 매우 열심히 했었던 것 같습니다. 저한테 지나가는 말로, 저보고 LLM이냐고 물어보길래, JD라고 답변했었고, 어학연수는 했냐고 물어보길래, 안했다고 했었습니다. 이 친구는 토플 점수를 채우지 못해, 1년간 여기서 어학년수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고, 본인은 뉴욕변호사 시험 합격한 다음에 미국에 정착할 것이라고 저한테 이야기 했었습니다. 저는 그냥 그런가보다 라고 넘어갔었는데요. 그리고 했던 말이, 자기 영어 잘 못하는데, 사람들이 장애인으로 보는거 같다고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 느낌이 어떤 것인지 저도 이해는 되는데, 아마 좀더 여기서 공부를 오래 했었다면, 그 느낌도 좀 사라졌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튼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학생들 얼굴을 쭉 보게 되는데, 외국인으로서, 그리고 같은 로스쿨 동료로서 여러 감정이 겹쳤습니다.
한국에서 Majority로 있다가, 이곳에서 Minority가 되는 것을 경험한다면, 아마도 생각이 좀더 넓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Minority를 도움을 줄수 도 있고, 오히려 더 Minority를 탄압하는 입장에 설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Minority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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