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 변호사 장수훈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로스쿨에서 스터디로 공부하는 방식과 혼자 공부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학부시절부터 미국 대학교를 다녔다면, 스터디로 공부하는 것이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만들어서, 자료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 일반적 문화로 보였습니다.
한국에서 학부, 또는 직장생활까지 하고, 미국 로스쿨을 진학한 경우, 스터디가 매우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학부를 나왔더라도, 로스쿨에 대한 부담감을 크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모르는 상태에서, 스터디를 무조건 해야하지 않는가 란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이 고민에 대해, 제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로스쿨 수업이 시작된 후, 전개되는 상황
제가 있었던 University of Kansas School of Law는 Diversity가 매우 떨어지는 학교 였습니다. 120명 JD 학생 중, 유색인종은 합쳐봐야 8명 내외였습니다. 유학생 신분은 저 뿐이었기 때문에, 한국말을 쓸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다른 학생들보다 나은 것은, "로스쿨에서 배워야 하는 내용을 이미 숙지하고 있다"는 사실 빼곤 없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이 마치고, 수업이 1주차, 2주차를 넘어가면서, 친해지는 무리가 생깁니다. 단순히 마음이 맞는 친구끼리 모일 수도 있고, 공부 잘하는 사람끼리 모이기도 합니다.
2주정도 지나면, 어떤 친구가 자신과 맞는지, 어떤 친구가 공부를 잘하는지가 바로 드러납니다. 이 때, 스터디 제안을 받거나, 스터디를 만들게 됩니다. 왜냐하면, 숙제를 준비하면서 토론도 할 수 있고, 미리 Outline을 만드는 작업을 같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상황은 이러했습니다. 일단, 제가 미국 드라마나, 운동 경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터라, 일상적 대화에 끼기 매우 힘들었습니다. 대화 주제가, 야구, 미식 축구 경기, 선수들 이야기가 주요 가십 거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시간 좀 지나가니, 학생들, 교수님관련 대화가 주로 이야기거리가 되었습니다.
로스쿨 숙제를 하면서, 학생들과 어울리겠다고 운동경기, 운동선수를 공부하는 것은 제 생각엔 비효율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유독 제가 강한 분야가 있었는데, 바로 "교수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질문을 하면, 정답을 매번 이야기하고, 구체적인 이유와 연관된 개념을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교수님도 처음엔 저의 답변에 놀라워 하다가, 나중에 제가 이미 바시험을 통과한 것을 알고, 별로 놀라워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세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첫번째, 부류는 같이 스터디를 짜서, 공부를 하면, 서로 도움이 되겠다. 두번째, 저 친구는 앞으로 미래 내 인턴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이 높으니 경계하자. 세번째, 무관심 입니다. 첫번째 부류 친구들은 스터디를 제안했었고, 두번째 부류는 저를 싫어했습니다. 어딜 가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은 비슷합니다.
2. 스터디를 하는 것이 좋은가?
스터디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을 해봐야 합니다. 사람마다 목적을 다르게 둘 수 있습니다. 주요 목적은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스터디 맴버들과 친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스터디를 하면, 스터디 맴버들과 친해집니다. 물론, 다투기도 하고, 언쟁을 벌이기도 하고, 서로 챙겨주기도 합니다. 여러 일을 거치면서 맴버들과 친해집니다. 미국 문화를 잘 알고 있고, 영어를 원어민 처럼 한다면, 맴버들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스터디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확실히, 똑똑한 사람들이 있는 스터디를 가면, 공유하는 내용이 다릅니다. 공부 머리가 있고, 뛰어난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답을 찾는 과정은 옆에서 배워 볼만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는 스터디를 가면, 본인 혼자 공부하는게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본인이 잘못 이해한 내용이 맞다고, 우기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즉, 정보 공유는 스터디 구성원에 따라 현격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외국인에게 좋은 스터디 그룹에 속할 기회가 많을까요? 이건, 반대로 생각해 보면 됩니다. 한국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데, 외국인 학생이 1학년으로 왔습니다. 이 외국인 학생이 한국말도 잘하고, 한국 문화에 친숙하고, 심지어 한국 법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이 외국인 학생은 한국 로스쿨에서도 Inner Circle에 들어 갈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위 가정과 반대 케이스는 어떨까요? 제가 굳이 답변을 달지 않겠지만, 이 가정에 대한 결과는, 한국 로스쿨이나 미국 로스쿨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에 대한 목표의식이 뚜렷한 사람들이 주로 로스쿨에 옵니다. 학교 수준이 낮더라도, 그 동네에서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이 로스쿨로 진학하기 때문에, 나라가 다르더라도 생각하는 방식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잘하거나, 미국 문화에 관심이 있거나, 미국법을 잘 알고 있거나, 교수님의 논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거나 등, 이런 요소들 중에, 굉장한 강점이 한가지 이상은 있어야, 스터디 안에서도 본인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 스터디를 안하면 낙오자인가?
저는 스터디가 만병 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도 짧게 같이 스터디도 하고, Outline도 짜고, 토론도 같이 했었습니다. 저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 역할은 스터디원이 헛소리(?)할 때, 헛소리를 잡아주는 일을 했었습니다. 정말 똑똑한 친구들은 본인의 논리에 무엇이 비어있고, 어떤 내용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존심 높은 중부 몇 학생들은 끝까지 자기 고집을 놓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제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엔 제가 맡은 부분의 Outline만 만들어 줬던 기억이 납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사람들과 친해지고, Inner circle에 조금 더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정보 획득이란 것을 스터디에서 누리진 못했습니다.
스터디를 안하고, 밖에 나와서 보니, 혼자 공부하는 친구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다가, 그 친구들과 공부 이야기도 나누고, 개인적 이야기를 하면서 훨씬 친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오히려 졸업할 때, 이 친구들과 한마디라도 축하인사를 더 건냈던 것 같습니다.
스터디를 꾸리고 경쟁하는 것은 1L의 통과의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학년으로 넘어가면, 시험 치르기 몇주전, 서로 스터디 만들어서 공부를 합니다. 그 때, 친한 친구들과 같이 Outline만들고, 그 때, 스터디 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1L수업 자료는 학교 선배, Quimbee, Bar prep에서 제공하는 자료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제 책, 특히 개정판은, 미국 로스쿨 학생 뿐만 아니라, 미국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를 하지 못한다고, 고민하지 마시고, 주어진 Material만이라도 잘 소화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비슷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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