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국 변호사 장수훈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미국 로스쿨 수업 방식에 대해서 적어볼까 합니다.
1. 리딩 숙제 준비. 하지만 양이 좀 많음.
일단 읽어야 하는 숙제가 많습니다. 교수님 성향에 따라, 교과서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판례를 직중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법 자체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향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일단 리딩 자체가 많습니다.
그러면, 정말 리딩을 다 읽어야 하는지 의문점이 들 수 있습니다. 이건 상황마다 다릅니다. 주변 학생들이 이 리딩을 다 해온다면, 다른 학생들도 리딩을 다 해야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수업이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고, 학생이 대답을 해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받은 나는 대답을 못하고, 옆에 학생이 답변을 하게 된다면, 교수님께서 과연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아마도 리딩을 안하고 수업에 참여했다고 생각하거나, 공부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성적에 불이익이 생깁니다.
1L 성적이 중요하다는 것을 서로 알고 있기 때문에, 리딩을 적당히 넘어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Quimbee 서비스라도 이용해서라도, Case 내용은 숙지하고 수업에 들어갑니다.
2. 질의 문답 과정
교수님 성향에 따라, 수업을 "강의식"으로 진행할 수 있고, "질의 문답식"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강의식은 한국 수업 방식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정리를 해서 알려줍니다. 정리하는 과정에서, 잠깐의 질의 문답이 있을 수 있지만, 교수님께서 최종적 정리를 해주십니다. 이렇게 강의식으로 해주시는 교수님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질의 문답식으로 수업을 진행합니다.
질의 문답식으로 진행하는 경우, 학생 기준으로 풀기 힘든 문제들이 등장합니다. 먼저, 교수님께서 마지막에 내용 정리를 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질의 문답을 하다보면, 주제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산으로 간 주제를 교수님이 끊어내고, 다시 되돌아오면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산으로 간 주제가 나중에 중요 이슈로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어떤 교수님은 산으로 간 주제도 계속 토론을 이어가게 합니다.
예를 들어, 판례 A에서는 이슈1, 이슈2, 이슈3이 등장합니다. 교과서에서는 이슈1에 대한 Rule을 설명하기 위해, 판례 A를 인용했습니다. 하지만, 이슈 2, 이슈 3은 중요한 사항이며, 오래된 Rule이라, 현재 Rule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학생이 질의 문답을 하면서, 이슈 2, 이슈 3을 건들면 사건이 크게 터집니다. 오래된 Rule과 현재 Rule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이 문제가 부각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수업이 정말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경우는, 질문을 받은 학생, 또는 질문을 하는 학생이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경우입니다. 교수님에 따라, 질문을 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교수님은 질문을 거르지 않습니다. 엉뚱한 질문, 논지에 벗어난 질문도 수업이 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질문이 다른 학생들에게 더욱 헷갈리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엉뚱한 질문 속에 중요한 이슈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의 질문을 놓치는 경우, 이슈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 교수님은 학생이 말한 것을 정답이라고 이야기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교수님이 다시 정리를 안해주실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질의 문답을 잘 듣고 있어야 합니다. 설령, 그 질의 문답이 이상하게 들리더라도, 잘 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질의 문답으로 하는 이유는 로스쿨 수업 방식은 "모래사장에서 보석찾기"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이슈와 사실 중에, 필요한 보석을 찾아서, 스스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보석을 찾는 것을 도와 주는 것이 교수님의 역할입니다.
어떤 교수님은 보석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산파 역할에 충실합니다. 하지만, 어떤 교수님은 그 보석도 본인이 직접 찾도록, 옆에서 구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의 한숨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 로스쿨 방식은 장점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리딩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거나, 교수님의 질문에 대답할 능력이 없거나,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연관성 있는 논지와 연관성 없는 논지를 구분할 수 있는 눈이 부족하면, 이 방법은 학생들에게 혼란을 증폭시킵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언어 장벽, 문화 장벽으로 인해, 수업 내용을 전부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처럼 주요 과목을 다 알고 가면, 편안한 마음으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편안함을 수업시간에 느낄 수가 없습니다. 언어 문제를 쉽게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JD과정을 몇학기 하다보면, 적응을 하게 됩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똑똑한 학생과 그렇지 않는 학생이 구별되고, 똑똑한 학생의 논지를 쫓아가면, 보석에 가까워 집니다. 그리고, 리딩도 계속 하다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판례 이해도도 생기고, 판례를 보는 본인만의 노하우도 생깁니다. 이정도 되면, 보석을 찾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 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너무 겁을 먹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에게 시간이 무한하다면, 로스쿨 방식은 장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이 보석을 찾는 것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1L 1학기 시작하고 나서, 몇주 안되는 시간내, 보석을 찾을 수 있는지 매일 물어 봅니다. 그리고, 보석을 찾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1L성적을 좋게 받습니다. 왜냐하면, 적응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이런 좋은 적응력은, 졸업 후, 바시험 준비에 발휘됩니다. 그래서, 시험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하면, 적응력이 좋기 때문입니다.
제가 느낀 로스쿨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만큼 빠른 시간내에, 로스쿨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인가" 여부였습니다. 적응력이 빠르면, 1L성적이 좋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시험에서 요구하는 사항도 빨리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제가 느끼기엔, 로스쿨과 미국변호사 시험에서 요구하는 능력은 동일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로스쿨의 목적과 변호사 시험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본인이 언어 장벽이 있다고 느끼거나, 리딩 속도가 느리다면, 미리 1L과목은 공부하고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석이 대략 어디에 있는지 알고 수업을 듣는 것과, 보석이랑 모래랑 구분을 못하고 수업 듣는 것에 매우 큰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하면 됩니다. 대신 좀 고생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본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 또는 강의에 사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으셔야 합니다.
저자의 허락 없이 사용시 민형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에 대한 저작권 문의는
uslawacademy@naver.com으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 자료는 개인적 견해이므로, 이를 통한 결정에 책임을 지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미국 변호사 시험 책 개정판이 출간 되었습니다. 책 내용이 많이 보강되었습니다. 많은 도움 받으셨으면 합니다.
http://www.bookk.co.kr/search?keyword=%EC%9E%A5%EC%88%98%ED%9B%88
'미국 로스쿨 (JD, LLM) > 미국 로스쿨 생활과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Brief 시간을 줄여 주는 사이트 - Quimbee (0) | 2019.07.12 |
---|---|
미국 로스쿨 성적과 미국 변호사 시험 합격률 상관 관계 - 캔자스 대학교 로스쿨을 기준으로 (0) | 2019.07.12 |
[미국 로스쿨] 스터디 모임 참석하기 vs 혼자 공부하기 (0) | 2019.07.11 |
인상 깊었던 수업. (0) | 2019.07.11 |
기말고사를 맞이하여, 정리해본, 내 주변 학생들의 생활상 - LLM학생 위주로 (0) | 2019.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