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미국 로스쿨 과정에서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로스쿨 JD과정을 밟든, LLM과정을 밟든 반드시 듣는 수업이 있습니다. 학교에서 지정하는 필수 수업은 듣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Torts, Contract이 있습니다. 한국법으로 보면 민법 중 일부를 듣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로스쿨 JD과정을 밟는 분들은 좋은 학점을 취득하는데 많은 에너지와 관심을 갖게 됩니다. 왜냐하면 취업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부 방향도 시험 성적을 잘 받는 방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본인이 직접 경험을 해봐야 알기 때문에 여러가지 좌충우돌 경험을 통해 최적화된 방향을 찾아가게 됩니다.
미국 로스쿨 LLM과정을 밟는 분들은 목적이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정말 쉬러 오는 사람도 있고, 회사에서 보내줬기 때문에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비로 공부하러 와서 JD transfer를 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목적이 다르다보니 공부 방향은 좀 더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습의 목적"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면 로스쿨에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다르게 의미 부여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로스쿨에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합리적 사고"입니다.
합리적 사고를 위해 여러가지 방식을 적용합니다. 굉장히 많은 판례를 읽게 만들고 수업시간에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매우 곤란한 질문을 던집니다. 판례에 적혀 있는 내용을 물어볼 때도 있지만 결국 판례에 적혀있지 않은 내용도 물어 봅니다. 결국 판례를 통해 다른 사고로 확장을 할 수 있는지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1.기존 지식 활용하기
우리가 살면서 여러가지 경험을 쌓게 됩니다. 한국에서 법을 공부했다면 민법에서 알아야하는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설령, 법을 공부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뉴스를 통해 또는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 여러 매체를 통해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는 질서를 익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 매매 계약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지불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이 계약없는 것으로 하자고 요구했다고 합시다.
한국의 경우, 계약서에 따로 명시를 하지 않는다면 작업을 시작하고 중도금이 지불되었다면 일단 계약 해제권은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금이 생기게 됩니다. 이미 지불했던 계약금, 중도금은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이런 법이 있다면 미국에도 당연히 비슷한 것이 있지 않을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의 경험이나 법적 지식을 활용해서 "무언가 비슷한 것이 있지 않을까"로 생각하면 합리적 사고를 시작하는데 꽤 도움이 됩니다.
미국은 Termination of contract이라는 단어를 쓰는데 계약해지, 계약해제라는 단어를 분리해서 쓰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Restitution, Case 또는 State statute를 꼭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작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3달 걸리는 작업인데 1달 동안한 업자가 열심히 작업을 했습니다. 갑자기 집주인이 계약이행을 거부하겠다고 하면 업자 입장에서 억울한 일이 발생합니다. 인테리어 업자가 Restitutionary damage를 요구할 수 있고 이는 1달간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비용 요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치 원상복구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본인이 알고 있는 지식이 있다면 무언가 비슷한 개념이 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공부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하지만 완전히 다른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을 이해할 것
그렇다고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1:1로 매칭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것은 미국법의 관점으로 한국법을 볼 때, 반대로 한국법의 관점으로 미국법을 볼 때 모두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Consideration이 있어야 계약이 성립됩니다. 서로가 교환할 무언가가 있을 때만 계약이 성립됩니다. 물론 교환의 대상이 되는 것이 반드시 가치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계약을 체결할 때 서로간 대가를 반드시 요구합니다. 한국으로 치면 유상계약이 미국에서 계약으로 인정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유상계약과 무상계약이 모두 인정됩니다. 상대방이 대가가 없이 증여를 일방적으로 받는다고 해도 서로 합의만 있으면 계약으로 인정됩니다. 미국은 이를 Contract이라는 개념에 포함시키지 않습니다. 이처럼 완전히 다른 개념이 존재합니다.
미국 법원은 Legal claim와 Equitable claim에 따라 Court를 따로 운영합니다. 그래서 Equitable claim을 담당하는 Equity court가 있습니다. Plaintiff(원고)가 어떤 Remedies(소송 취지)를 요구하는 것에 따라 Court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Equity court는 일반적인 경우, 배심원 재판이 이루어지지 않고 Bench trial가 진행됩니다. 즉, 재판관이 Matter of law와 Matter of fact를 모두 판단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Equity court라는 것을 사실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Court마다 시스템이 다르다고 보면 좋습니다.
결국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세계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경험이 풍부할 수록 볼 수 있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국 로스쿨을 입학하기 전에 법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견문을 넓히는 방법으로 본인이 알고 있는 법적 지식을 강화하는 것도 있고 앞으로 배울 법적 지식을 습득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경험은 여러모로 쓸모있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장수훈 미국 변호사(Washington D.C.)는 서울대학교 경제학부를 우등 졸업하고, University of Kansas School of Law, Juris Doctor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습니다. JD과정에서 Dean's Fellow의 맴버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미국 민사 소송법, 미국 부동산 법, 설명있는 법률 영어 등 총11권 이상의 책을 출판하였고,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미국법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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